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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보험사나 법인보험대리점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험상품, 가격, 수익률, 대출 등 주요 정보에 대한 기준과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와 관련 민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나 GA업계는 이같은 금감원의 행보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독당국이 너무 작은 부분까지 지적하게 되면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직개편으로 금감원 보험감독국이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소비자의 불만이 많은 변액보험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변액보험의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 예시수익률 안내 기준을 다양화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생보사들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라 상품공시, 비교공시, 광고상의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 예시에 투자수익률을 평균공시이율 -1%, 평균공시이율, 평균공시이율의 1.5배로 적용해 안내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방식은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일반 상품은 문제가 없지만 변액보험의 경우에는 예시수익률과 실제수익률 차이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계정 상품의 경우 대부분 채권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공시이율 변화 추이와 차이가 별로 없지만 변액보험은 공시이율 변화보다는 주식 비중과 운용사의 펀드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명확한 예시수익률을 안내할 수 있도록 변액보험 해지환급금 투자수익률 기준을 펀드기준가의 수익률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생보사가 예시수익률을 높게 보기 위해 수시로 해지환급금 투자수익률 기준을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보험연수원과 공동으로 제작한 ‘변액보험 길라잡이’ 동영상 활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 자료는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만을 선별해 안내하는 ‘핵심설명’, 변액보험에 대한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른 질문사항을 선택해 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단계별과정’ 영상으로 구분됐다.
현재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보험다모아’, 생명보험협회와 연수원 홈페이지에서 시청할 수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소비자의 동영상 접근 폭이 좁다고 보고 각 생보사 홈페이지나 대표 블로그, 페이스북에 이어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GA 홈페이지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약관대출과 관련된 소비자 정보제공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것은 소비자가 대출을 신청하면 주요 안내사항을 문자나 이메일로 안내하는 방법이다.
또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상담과정의 녹취파일을 전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상담원이 대출금액과 이자율, 이용시 유의사항 등을 구두로 안내한다.
그러나 전화상으로 설명이 이뤄지다보니 소비자가 세부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뒤 이자율이나 유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민원 등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GA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험료 비교견적서비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를 상품공시처럼 관리·감독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GA가 자보료 비교견적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 산출정보는 손보협회의 ‘자동차보험공시’ 정보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문용어나 법률용어에 대해 별도의 설명 ▲보험상품 비교·공시기관인 생·손보협회의 검색기능 연계 ▲포괄적인 상품검색 및 재검색 기능 제공 등의 세부기준도 마련 중이다.
이같은 규정 강화는 그동안 GA들이 제휴를 맺은 손보사로부터 정보를 받아 보험료 견적 비교를 해왔는데 일부 GA에서 특정 손보사의 자보가입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비교견적서비스를 엉터리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를 산출하고 비교하는 행위는 보험계약에 관한 사항의 비교·공시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금융위원회의 법령 해석도 있다”며 “이 해석에 따라 비교공시는 생·손보협회만 가능하고 제3자가 보험계약에 관한 사항을 비교·공시하는 경우에는 협회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만을 비교·공시할 수 있기 때문에 GA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GA업계, “현행 업무로도 충분한데 구태여…”
보험업계와 GA업계는 이같은 금감원의 움직임에 매우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변액보험의 경우 지난해부터 상품청약서에 원금손실발생 가능성 등 주요 내용과 사업비 등 각종 비용의 세부 내역, 가입 후 경과기간 별 해지환급률의 예시까지 명시하고 있고 수익률 기준은 물론 변액보험 펀드들의 실제수익률을 확인하는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 변액보험 길라잡이 동영상 내용도 사실상 보험설계사가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내용보다도 기초적일 뿐 아니라 해피콜을 통해 설명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있어 큰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GA업계는 특히, 자보료비교견적서비스는 소비자가 직접 입력하거나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출해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공시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보험감독국이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로 들어가면서 소비자보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개편 당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며 “이를 조금이나마 무마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목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