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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업계가 보험사와 손사수수료 현실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하다.
손사업계는 지금의 보수료로는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현실에 맞는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 종목에 따라 최대 22%를 인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업계가 협상단을 꾸려 만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오랜 악연으로 인해 같은 일을 하는 업계 임직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다. 보수료 상향조정에 따른 보험료 인상 압박도 부담스럽다.
업계 안에서도 어느 정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자칫 보험료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세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손사업계에게 보수료 조정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양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영이 안정돼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손사 자회사 설립이 늘어나는 통에 손사법인에게 가던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자체 손사인력을 대폭 확충, 외부 위탁을 축소해나가는 것도 이제는 보편적인 흐름이다.
손사업계 내부적으로도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업체 난립으로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여건으로 전문 인력을 키워 자생력을 갖추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보험산업에서 손사법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보험사고에 대한 정확한 손해액 결정과 보험금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산정을 맡고 있다.
또 독립성을 갖고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액과 보험금 결정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는지, 모럴리스크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랜 기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고생하던 여러 업체들이 경영난 심화로 고사되는 것은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업계와 손사업계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