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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편 아닌 내편” 손해사정사 선임권 활용 ‘저조’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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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는 ‘손해사정사 선임권’이 아직 현장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의 소극적 홍보로 제도를 아는 소비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보수가 적어 독립손해사정사들도 수임을 꺼리는 실정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은 지난 2019년 마련돼, 2020년부터 실손보험에 적용해 시행됐다.

손해사정은 사고 발생 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보험약관이나 관련 법규 등과 비교·대조해 손해규모를 평가한 뒤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하는 업무를 말한다. 1977년 손해사정사제도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관련 업무를 위탁해 왔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를 설립해 ‘셀프 손해사정’을 하고 보험금 지급 규모를 축소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모범규준에는 보험계약자 등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보험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선임 신청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거부할 때는 그 이유를 가입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보험 가입자가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에 동의하게 되면 손해사정사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 활용은 미흡하다. 주요 보험사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비자 선임 건수는 지난해 180여 건에 불과하다. 실손보험금 지급과 관련, 손해사정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올받음’에 올해 상반기 접수된 건수도 141건에 그쳤다. 손해사정과 직접 연관된 보험금 산정 및 지급 민원건수가 1만여건(2017년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손해사정 관련 민원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도별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2017년 117건에서 2022년 278건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이를 두고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이 현장에서 전혀 실효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험사편 아닌 내편” 손해사정사 선임권 활용 ‘저조’금융위원회


업계에서는 이처럼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활용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이 제도를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보험사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점을 꼽는다. 보험사에서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하면 ‘손해사정사 선임권’ 내용을 포함해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선임권 관련 내용이 안내문 하단에 들어가 있거나, 눈에 띄지 않다보니 이를 놓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한 보험사는 ‘별도로 선임한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대리청구, 보험회사와 보험금에 대하여 합의 또는 절충하는 행위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 마치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 고객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하고 있다.

또 소비자가 선임 권리를 행사하고자 해도, 제한적인 업무 범위와 적은 보수 등의 이유로 독립손해사정사들은 선뜻 수임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손해사정사 A씨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거리 불문하고 교통비를 1만원으로 책정하기도 한다”면서 “개인손해사정사 입장에서는 보수를 다 깎아먹으면서 일을 해야한다. 의뢰가 들어오면 상당히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보수를 지급하는데 기한이 없다보니 사건 처리 후 한 달이 넘어서야 입금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해사정사 B씨도 “업계에 통일된 보수 기준이 없다보니 보험사마다 책정된 보수가 다르다. 손해사정사들은 한 건의 업무 처리를 위해 피보험자 면담, 병원 방문, 판례 검색 등 과정을 거쳐 손해사정서를 작성하는데 보수는 10~15만원 수준이다. 단순 서류 징구의 경우에는 5만원선에 불과하기도 하다”면서 “최저시급에도 미달하는 보수 때문에 많은 손해사정사들이 수임을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려면 금융당국이나 보험협회가 나서서 통일된 보수 기준이나 소비자 안내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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